[보쿠로리에] 홍등가 살인미수극

HQ

2016. 5. 6. 00:42

​* 보쿠로 코타로 X 쿠로오 테츠로 X 하이바 리에프
** 전력 60분, 주제 - 홍등가
​*** 쿠로오 테츠로 창부 설정 주의, 천박한 표현 존재.





'조직'에 몸담아 본 적 있나요?

> NO.
> NO.
> YES.

마피아, 조직 폭력배, 혹은 그냥 깡패. 뒷세계, 뒷돈, 개골목, 홍등가. 어지럽게 얽힌 더러운 이야기들은 네 생각보다 더 복잡하답니다. YES를 외친 당신,


배신자이시군요?


*


쿠로, 지명. 작은 나무문이 삐걱대는 소리 뒤로 들려오는 나른한 목소리는 진부할 정도로 늘 대사가 똑같았다. 나가야 할 시간이다. 뭐 같아도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지, 담배를 잇새에 끼워물고 질겅이던 쿠로오 테츠로가 느릿느릿 몸을 일으킨다.

거울 앞에 서면 방금까지 몇십분째 농땡이를 피우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말끔하게 단장된 모습이 비춰졌다. 자극적일 정도로 붉은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옷가지는 몇십분을 뒹굴어도 구김 하나없이 부드럽다. 사내 놈을 이렇게 예쁘장하게 단장해 두어 무엇하겠냐는 생각은 하루에 수십번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고, 동시에 무의미하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코즈메의 빨리, 하는 작은 재촉 한마디에 휙 버려버릴 수 있는 쓸데없는 망상인 것이다.

어떻게든 예쁘장하면, 이 바닥에서 살 놈들은 사거든.

막 바른 향유만의 풋풋한 내음을 내기 위해 쿠로오는 모든 단장은 일찍 끝내어도 향유만은 언제나 방을 나서기 직전에 발랐다. 지금 나가.

"부엉이?"

"사자."

"그 새낀 또 왜?"

세상에 어느 창녀가 손님을 가리겠냐만은. 켄마가 말없이 붉고 두꺼운 천으로 된 휘장을 걷었다. 하긴, 역겨운 아저씨한테 지명받는 것 보다는 낫지. 남자인데도 이런 걸 좋아하더라, 하고 스스로 찍어바른 연지에 붉은 입술을 샐쭉이 올려 영업용 미소를 지은 쿠로오가 망설임없이 방문을 넘었다.

또 무슨 일로 오셨나요, 하이바 군?


쿠로오 테츠로는 홍등가의 창녀다. 돈을 받고 남자에게 다리를 벌려주기 위해 살결을 부드럽게 정리하고, 엉덩이 사이에 약을 바른 막대를 품고, 손톱을 다듬는다. 새카맣고 아무렇게나 뻗친 머리카락은 그의 프라이드란 명분으로 빗질하진 않지만, 여전히 근육이 탄탄한 몸은 말랑하게 만져지기 위해 제대로 된 식사조차 받지 못하는.

뒷골목은 늘 그렇다. 사연도 연고도 없이 길을 가다가 목이 따이는 사람은 있어도 사연 없이 뒹구는 창녀는 없다. 조금 예쁘장하면 널리고 널린 지독한 새끼들에게 꼼짝없이 덫에 걸려 몸을 팔기가 참 쉽다. 더러운 뒷돈이 오가는 이 개골목에 발을 들인 이상 빠져나가기는 반비례적으로 어렵고.

쿠로오는 제 발로 그 한복판에 뛰어든 케이스였다. 몇달 쯤 되었는데, 나 정도면 안팔리냐는 노골적인 대사를 치며 입성해 단숨에 에이스를 따낸 영광의 뒷구멍이었다.

"오늘은 얼마나 받았어여?"

"하나도. 나 비싼 건 네가 제일 잘 알지 않습니까?"

"비싸도 살 가치가 있다고 믿도록 구라치는 게 쿠로상이 제일 잘하는 거 잖아여."

잘 아네. 방금까지 줄담배를 피우다 왔음에도 그저 비죽 웃으며 리에프의 무릎에 걸터앉아 그 입술에 물린 담배를 빼앗아 들었다. 꾸준히 돈 들이부어주는 너같은 애 있어서 딱히. 오늘은 얼마나 샀어?

입술에서 연기를 뿜는 쿠로오가 섹스어필이 부족했다면 곧장 길바닥에 내앉혀져 부렁뱅이들의 좆방망이나 상대하고 있었겠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지나치게 관능적이며, 놀랍도록 천박했다. 필터까지 타들어가는 중인 담배를 되돌려 받아 재떨이에 쳐박는다. 담뱃대에 묻은 립스틱이 번지니 조금 분홍빛이었다.

올나잇은 못했어여. 그래서 조금 급해. 쿠로오는 말없이 매듭하나 풀어내면 벗겨지는 빨간 기모노의 끈매듭을 그에게 쥐여주었다.


*


창녀랑 필로토크(Pillow talk) 해서 뭐하게. 낮게 잠긴 목소리로 늘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베개맡의 송사는 언제나 그 기세가 아까보단 덜했다. 그래봤자 음담패설이잖아, 하고 불만섞어 칭얼거리는 그의 연지가 번진 입가에 입을 맞추고 끌어안으면 정액이 새어나온다며 늘 같은 불
만을 터뜨린다.

"좆같은 놈이, 크기가 크면 느리게라도 해."

"손님한테 너무 거칠어여. 신고해도 돼? 엉덩이 맞을텐데."

"제발 대낮에 불러놓고 안에 싸지 마세요."

"다음엔 하루 다 살게. 미안하다니까, 쩨쩨하게."

그거 아니거든? 금방 빼내고 다시 일해야 할텐데. 생각만해도 기가 빨리고 피곤해서 쿠로오는 리에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여긴 원래 그런 곳인데, 깨끗한 사람은 살아남기 조차 힘든, 개처럼 구를 때 가장 어울리는. 더러운 곳. 창녀는 천하다. 누구에게나 지폐 몇장이면 다리를 벌린다. 그리고 내가 그 창녀지. 제 볼과 감긴 눈, 콧등, 귓가에 입을 맞추는 '손님'에게 무미건조하고 성의라고는 씨눈만큼도 없는 입맞춤 한번을 되돌려줄 때면 쿠로오는 늘 같은 생각을 했다.

왜 그런 창녀와 이렇게 깊이 얽혀 뒹굴고 있습니까, 불쌍하게.

"내일, 올 거야."

"그래요."

"입 맞춰 줄래여? 한 번만."

쿠로오는 기꺼이 마지막 키스에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어린 날의 치기임이 분명한 그 절박함에 화답해 줄 수 있는 것이 달리 뭐가 있겠는가. 되돌려받은 기모노에는 옷깃에 수표 몇장이 꽂혀있었다. 다시봐여.


*


"테츠로."

여섯 달을 꼬박 채워 같은 말만 하던 코즈메 켄마가 오늘은 앵무새마냥 같은 단어만을 반복하는 것과 나무 문 밖에서 재촉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뭐야, 안 어울려. 부엉이야?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켄마는 오늘따라 말 수가 적었으나 '오늘따라'라는 단어선택이 무색하게 전혀 새삼스럽질 않았다. 향유... 발라줄까. 하고 말끝을 흐리며 제게 다가오는 그에게 쿠로오는 기꺼이 옷깃을 열었다. 다들 이렇게 마음이 약하다니까요. 연지가 붉은 입술이 픽 웃는다. 여섯 달을 굴러먹었으면서.

보쿠토 코타로의 지명이었다. 삼십분 후에 온대, 준비하자.

근 여섯달 동안 쿠로오는 참 징그럽게도 많은 남자와 붙어먹었다. 다시 생각해도 토악질이 나온다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자신과의 술자리에서 하는 독백 뿐이었지만 어쨌든 매우 그랬다. 창녀와의 로맨스처럼 이 바닥에서 한심한 게 없다. 저 또한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로맨틱하던 손님같은 걸 작은 머리통 안에 우겨넣은 채 둘 마음이 없었다.

손님은 세가지 부류가 있다.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손님, 내가 필요한 손님, 기억해야 하는 손님. 수많은 남자들은 어김없이 첫번째였고, 하이바 리에프가 두번째라면 세번째는.

"쿠로!"

"오랜만에 왔네."

보쿠토 코타로, 부엉이였다. 이런 동물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 둘의 경우 뿐이었다. 러시아 어로 사자를 뜻하는 단어를 이름으로 가진 리에프와 달리, 보쿠토는 척 보아도 맹금류의 눈빛, 발톱, 날개. 부족한 것이 없었다.

가볍고 호탕하다. 쉽게 텐션이 오르고 내리지만 가공할 집중력으로 뒷세계를 발톱에 거머쥔 남자. 모두들 우스갯소리로 그를 최종보스라며 쉽게들 입에 올리지만 그를 쉽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보쿠토는 보기와 다르게 심각하게 위험한 사람이었다. 뒷공작과 진탕질은 결국 그의 손끝에서 뻗는다. 위험한 만큼 더럽고, 더럽기에 위험해. 그래서 쿠로오의 목록에 오를 수 있었던 게 맞지만.

해사한 얼굴로 잘도 꼭두각시를 부리는 사람이었다. 그의 입김에 뒷골이 뽑혀 나뒹구는 사람이 탑을 쌓았다. 창녀는 다리 벌려주고 지폐나 받아먹으면 그만이라지만, 그 매출에 꾸준히 돈다발을 부어주는 이른바 '호구' 중 하나가 그런 거대한 손이라는 게 유쾌할 리는 없었다. 내가 이상한 건 아니야, 누구라도 그 자식이 뭘 하고 돌아다니는 줄 알면,

보쿠토는 리에프보다도 허구헌 날 그를 불러대는 한량이었다. 한량이라는 표현은 조금 안 어울리려나, 이 바닥에서 한 가닥. 아니, 여러 가닥 하시는 분이다. 고양이가 캥캥대는 것 같아서 좋다며 몇번이고 쿠로오와 살을 섞었다.

쿠로오가 여섯달을 구르면서 늘 생각하는 것은 이 바닥이 더럽다는 것과, 내가 더럽다는 것, 그리고 네가 더럽다는 것이다. 여기서 깨끗한 사람이 어디있어. 신물을 내면서도 발붙이는 자들이 태반인데. 달리 갈 곳이 있는데도 굳이 진흙탕에서 버티는 자들은 순 남겨 먹을 게 있는 새끼들 뿐이었다. 쿠로오는 거리낌없이 배나오고 돈 많은 남자들에게 허벅지를 내보이며 섹스어필했지만 이 바닥을 혐오한가는 사실을 구태여 숨기지도 않는다. 억지로 벗고, 열고, 벌리고. 좆같지, 진짜. 그래도 굳이 뒹군다면 내가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보통은 다 넘어왔으니까.

아, 어쩌면 어떻게 되어버리든 해피엔딩이라고. 홍등가의 등불은 언제봐도 찢어 죽여버리고 싶거든. 그 얼굴도. 결국 어떻게든 엔딩만 나면 해피한 것이다. 가장 맞고싶지 않은 최악의 끝은 네버엔딩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만드는 건 오늘도 붉게 물든 좁은 골목길들.

새벽 한시에 가까워져 가는 시간은 하이바 리에프가 이 방을 나갔던 것이 꼬박 하루하고도 일곱시간 전이다. 홍등가의 새빨간 등불이 켜지는 시각을 기준으로 삼고 하루를 쇠는 여자─와 남자─들에게는 뭐, 결코 늦은 시각이 아니었기에. 쿠로오는 보쿠토가 내미는 술잔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오늘도 같은 붉은 기모노를 입고 왔다. 매듭끈을 굳이 쥐여주지 않아도 보쿠토는 한번에 그의 여자를 벗겨먹는 방법을 알았다.


***


홍등가의 밤이 지는 것은 새벽이 한참 넘어설 쯤인데도, 쿠로오의 밤은 끝났다. 가련한 검은 고양이는 실은 한참 전부터 맹금류의 발톱 안에서 버둥대고 있었다.

"헤이, 헤이.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코타로 군, 상당히 좆같으시다는 건 알았지만,"

윽. 하이바 리에프가 베개 밑에 두고 간 권총의 총구가 쿠로오의 잇새를 비집었다. 벌린 입안을 자비없이 파고드는 총구의 아가리는 진작 핥아볼 걸 그랬을 만큼 쓰다. 인생도 아니고 맛이 참 좆같아, 내가 이러려고 여섯달을 남창으로 구른 게 아닌데 말이죠. 즐겁다는 듯 웃는 보쿠토가 무엇으로 뒷세계를 쥐어 잡았는지, 흐릿하던 기시감의 정체가 또렷해지는 순간, 그 비참함에 쿠로오는 몸부림쳤다.

뭐가 문제일까? 나는 이 홍등가를 벗어나고 싶었을 뿐인데. 여섯 달 전의 쿠로오가 어디서 뭘 하다가 마담을 찾아왔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둘은 있지만, 결코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 개골목을 손에 쥐고 인간을 개새끼로 굴리는 건 너였는데,

코즈메 켄마, 하이바 리에프. 그리고 쿠로오 테츠로.



"설마 날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망설임 없이 그의 위에서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 방에 먼저 도착한 건 자신이다. 안전장치를 풀고, 장전된 탄창까지 내가 다 확인했는데. 총구는 기어코 불을 뿜지 않았다. 세상의 좆같음은 다 내 몫이었나보다.

니미,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내 대가리에 대고 쐈지.

개새끼로 구르다보니 정말 그의 손 안이더라. 쿠로오는 눈을 감았다. 방아쇠 하나 당겨 줄 자비는 없습니까? 혹시 불발이었을까봐, 거기에 한번 걸어보게.

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