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브우시] 이상징후의 잔류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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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1. 19:13
* 모브 x 우시지마 - 모브물입니다 주의해주세요.
* 강간, 윤간 등의 소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오바죠사이의 오이카와가 버릇처럼 놀리듯 입에 담던 '우시와카쨩은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말처럼, 어쩌면 그는 실제로 심하게 둔한 것일지도 모른다. 천천히 되짚어가며 생각해보면 이상한 것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낯선사람들, 난데없는 친절이나 수상한 음료수 병 같은 것. 우시지마는 곧 자신이 지독하게 둔해빠졌다는 걸 인정해야했다.
생각해보면 금세 알 수도 있는 일이었다. 분명 같은 학교의 교복인 것은 맞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 내미는 음료수가─그것도 이미 뚜껑이 열려있는─그 자리에서 바로 마시기를 권한다면. 모로보나 수상한 것이다, 티가 확 날 만큼. 그런데도 우시지마는 과잉친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걸 곧이 곧대로 받아마신 후였다. 매사에 둔해도 이렇게까지 둔하면 고초가 잦을텐데 지금까지 무사한 건 순전히 그 덩치와 피지컬 때문이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는 것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팬이라며 내밀어진 스포츠 음료 캔에는 미약한 끈적임이 남았다. 2차 가공의 흔적이다. 인위적인 약기운에 질린 우시지마는 189.5의 장신인데다가 현내 최강호교 에이스 스파이커의 저력을 가졌으나 잡아끄는 손길에 더이상 속수무책이었다.
오래된 비품들의 퀴퀴한 냄새에 먼지향이 섞였다. 휘청하는 사이에 눈이 가려져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원체 주위 상황에 민감한 편이라고는 농담으로라도 말할 수 없겠지만 우시지마는 본능적으로 실밥이 터지고 까슬한 매트가 체육창고의 그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트라 한들 질이 낮아 바닥이 딱딱한 것은 매한가지라 쓸린 무릎이 아렸다. 우시지마는 머리가 멍하다는 사실을 간신히 알아차린다. 방금 마신 스포츠 음료의 미적지근하고 끈적한 끝맛이라던가, 근방에서 본적없는 얼굴의 낯선 사람과는 연관짓지 못하는지 둔감하게 굴러가는 머리를 부여잡는다.
"경계선이 너무 낮은데."
"둔해도 너무 둔한 거 아니야?"
체육창고의 문단속은 자주 맡아보았던 배구부 주장, 우시지마는 곧 차갑게 울리는 쇳소리가 반쯤 낡은 창고문을 걸어잠그는 소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상황판단은 더뎠겠지만 약기운에 더 그랬다. 느리게 끔뻑이며 고개를 들자 억세게 뒷통수를 잡아 눌러대는 바람에 그는 곧 다시 얼굴을 바닥에 쳐박아야했다. 낄낄거리는 남자들의 음성이 뒤섞여 우시지마는 이를 악물고 인상을 가득 찌푸려야 했다. 하려는 게 무엇인지, 원하는 게 있는지.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라 먼지 냄새가 올라오는 매트에서 그는 바르작대며 움직였다. 의도적 접근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목소리가 겹치는 것을 헤아려보면, 적어도 네 명쯤은 되는 것 같았으며, 행동에는 거침이 없다. 악력이나 덩치로 보아 험한 세상을 걱정해 본 적이 없는 우시지마로서는 낯선 상황이다. 그는 당연하게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행동에는 거침이 없다.
"지금 뭐, 윽."
"조용히 하고 있는 게 좋아, 괜히 입에 뭐라도 물렸다가는 숨을 못 쉴 수도 있으니까."
앳된 목소리는 우시지마의 것보다는 낮지 않았다. 능숙하게 덜 잠겨있을 때가 많은 체육창고를 찾은 것이나 , 언뜻 보았던 교복셔츠, 낄낄 대는 목소리. 아마 같은 시라토리자와 재학생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대체 왜?
우시지마는 시라토리자와의 간판, 혹은 아이콘과도 같은 학생이었다. 국가대표, 파워 에이스, 스파이커, 전국 진출. 몇가지 단어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고, 모두들 그를 알며 인정한다. 위압적인 배구부 일원의 신체조건이 한몫 하였다고 하나 그런 상징적인 이유로 교내에서 우시지마 와카토시에 반하는 학생은 없었다.
그러면 여기서, 다시 원점의 질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왜?
우시지마는 이들이 무엇을 하려는 작정인지 알 수 있었다. 제 얼굴을 매트에 쳐박고 찍어누르더니 곧 뜯어내듯 옷자락을 벗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상황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으나 일단 몸을 뒤채며 아등바등, 벗어나려 애를 쓰는 그를 가엾게 여겨 줄 마음은 없는 건지 그들은 우시지마의 우위를 점하는 것에 열의를 보였다. 누가 감히 우시지마 와카토시를 아래에 둘 생각을 하는가. 어쩌면 밀접한 관계선상에 놓인 고찰이다. 배구부 져지는 한쪽 팔에 간신히 걸쳐진 채 매달려 있었고, 티셔츠는 어딘가 실밥이 튿어져 말려올라갔다. 억센 손이 기어들어와 젖가슴을 움켜쥐는 것은 썩 유쾌한 경험이 아닐 것이라고, 우시지마는 와중에 깨달은 사실에 이를 악물었다.
"남자, 받아 본 적 있어요?"
"아, 그런 질문 실례라고. 직접 뚫어서 판단하는 게 예의잖아."
"일단 벗겨야 먹지, 좀 벌려봐."
목소리들은 온갖 저급한 단어나 말장난에 여념이 없었다. 남자를, 어디로 어떻게?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잠시 멍하게 침묵했다. 몸 여기저기를 더듬는 손길이 그제서야 진득하고, 위험하게. 잠깐, 그만. 참다 못해 고개를 틀며 입을 연 순간 파고든 것은 텁텁한 천조각이었다. 숨이 막혀 기침이 났다. 경고했잖아, 따위의 폭력적인 언행 아래에서 해방 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자신은 지독하게 박탈당하는중이었다.
"남자를, 뒤로 말이에요."
숨이 막혀 켁켁대느라 진이 빠졌는지 양 손목을 모아쥐어 꽉 붙드는 손길을 떨쳐내기가 어려웠다. 이미 자신은 바닥에, 상대는 일 대 다수. 완벽히 불리한데다가, 뭘 먹였는지 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만큼 어지러웠다. 모르는 자들의 손바닥이 온 몸을 쓸면 마치 그 손길이 녹아 달라붙는 것 같다. 우시지마는 순간 치미는 토기를 참지 못해 바르르 떨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귓가에서 시끄럽게 터져 나오는 조롱과 비아냥이, 끔찍하게 낯설었다. 점점 노골적으로 몸을 쓸어오는 것에, 어쩌면 겁에 질렸는지도 몰랐다. 엉덩이를 쥐어 주물러오는 손길에서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 같을 것이다. 손가락이 엉덩이골 사이를 파고들 때 부터 우시지마는 영 어린 후배의 목소리를 닮은 질문─뒤로 남자를 받아보았냐는─의 의미를 깨닫고 몸서리쳤다. 그런 경험이 있을리가. 다물리고 틀어막힌 목구멍 안쪽까지 들어찬 대답은 먹먹하게 숨통을 옥죈다. 결국 아등바등 고개를 저었을 때는 이미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손가락이 뒤를 제멋대로 헤집는 중이었다.
이미 시츄에이션 자체에서 배려를 바랄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지독하게 난폭했다.
가차없이 저들이 원하는 행위만을 이어나가는 것에서 눈을 가리고 입을 틀어막은 행동들이 설명이 된다. 우시지마는 가엾은 사냥감마냥 몸을 떨고, 가끔 뒤채며 헛된 도망을 꾀할 뿐이었다. 거슬리게 긁히는 목소리를 가진 누군가가 우시지마의 뒤에 바싹 붙어 행동을 제한했다. 그임이 틀림 없는 손이 허벅지를 꽈악 붙잡고 벌리면, 볼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까발려지는 자세에 치미는 수치스러움을 어쩌지 못하고 막힌 목소리만 욱욱, 토해내는 것이다. 우시지마는 한번도 생각의 범위 내에 들어와 본 적이 없는 행위의 전초전에 결국 진저리쳤다. 여의치않은 호흡과, 공포. 생리적인 어떤 것들. 곤죽이 된 머릿속에서 엉망으로 뒤엉켜 섞인 그것들은 결국 처연하게도 눈물샘을 자극한다.
뒷구멍 좋아해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끝까지 존칭을 붙이기를 고수하는 목소리의 의도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고개를 저을 힘도 없었으나 이유도 없다. 그들은 듣지 않는다. 겨우 이해해 낸 우시지마는 제 엉덩이 사이를 가르고 빡빡한 구멍을 멋대로 헤집는 두명의 손가락이 내벽을 마구 긁으며 끼리끼리 날뛰는 것에 울음해야만 했다.
여기, 좋아해요?
다시 속삭여지는 말이 잔인하다.
고개를 저으면,
와르르 터지는 웃음소리까지 완벽하게.
성욕의 도착점은 어디인가. 우시지마는 뜨겁게 녹아내린 게 비단 제 머릿속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왜? 질문의 답은 돌아오지 않고 달아오른 몸에서 훅 끼쳐오는 열기가 화끈대며 답한다. 여럿이서 희롱하는 몸뚱아리가 하나인 만큼, 이상한 곳을 끈질기게 매만지는 것에 도가 텄다. 우시지마는 그칠 줄을 모르고 문지르고 꼬집힌 유두가 점점 부었는지 찌르르 울리는 것에 울상을 지었다. 언제부턴가 시야를 검게 가리던 천조각이 떨어져 나갔지만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 가만히 눈을 깜빡여도 일렁이는 시야는 아마 약기운인듯 했으나 몸을 달구고 얼굴을 붉히며 헐떡이게 만드는 것은 분명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흔들리는 시야에 스쳐지나간 제 유두는 붉었다. 물론 수치스러웠겠지만, 그보다 더 먼저 인지한 것은─붉으면서도 꼿꼿하게 팽창하여, 외설스럽게 번들거리고 있었다는 것 정도. 누군가 입술을 대더니 닳도록 핥아댄 탓일 것이다. 우시지마는 한계에 임박했음을 깨닫는다. 한발 짝 뒤는 나락이었다.
과도한 쾌감이 잔인하다는 것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들은 곧 손자국이 엉망으로 남을 때까지 우시지마의 억센 손목을 잡아 매어 둘 필요가 없어졌다. 쾌락으로 함락하다, 얼마나 클리셰적이면서도 완벽한지. 배구공을 든 채 스포츠 잡지 따위에 그 금욕적인 얼굴을 내비치는 그의 정액으로 범벅이 된 얼굴은 추잡하고도 이상의 끝을 달리던 섹스판타지로 종이 위에 사정했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처녀네, 내지는 아직도 뚫어 준 사람이 없어? 언저리의 음담패설들이 마구 쏟아지는 가운데 우시지마는 첫 삽입의 고통에 몸부림쳤다. 끙끙 앓으며 울음을 터뜨리던 모습은 퍽 가여웠으나 모두들 그를 보며 동정하기 보다는 발정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들이 생으로 꿰뚫리며 숨도 쉬지 못하고 끅끅대는 모습에 동하는 아주 악질적인 취향이었던 까닭이다.
"이 새끼 울음 참는 거 봐."
"조이는 거 보면 처녀가 맞나본데, 아파요? 별로 그래 보이지 않아서."
몇번이고 깨물어 피가 터진 입술에서는 비릿한 맛이 났다. 머리채를 쥐어 잡혀 사정없이 흔들리거나, 잔뜩 경직하여 굳어 있자 너무 조인다는 둥 엉덩이를 맞거나. 우시지마는 곧 내장이라도 쏟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으나 무의식적으로 치미는 울음을 삼켰다. 이미 얼굴은 사내들의 정액을 한가득 뒤집어 쓴 채였고, 엉망으로 벗겨져 나간 옷가지들과 여전히 한쪽 팔에 걸친 채 남은 운동부 져지마저 이리저리 튄 백탁액에 더럽혀진 채였다.
한결같이 무자비하고, 끔찍하게 원색적이었으나 판도는 느릿하게 바뀌었다. 우시지마는 배 안쪽을 쿡쿡 쑤시며 뒤를 잔뜩 헤집어놓는 것에 처음에는 울음을 뱉으며 짧은 손톱으로 바닥을 벅벅 긁었으나 쭉 배려없이 휘둘리는 동안 어느새 자신이 주먹을 쥔 채 감각을 견디려 애쓰는 중이라는 것을 자각한다.
말도 안되게도, 발기해 있었다.
이미 푹 젖은 안쪽은 손가락 하나도 빡빡하게 받아들이던 처음과 달리 매끄럽게 출입을 수용한다. 한차례 더 안쪽에 미적지근한 액체를 싸지르면 피식자는 벌벌 떨며 휘청이는 팔을 잡아 세우고 무너진 허리를 간신히 일으켜야 했다. 녹초가 된 그는 대상화 된 성욕이자, 조롱거리였으며, 결코 자비를 베풀 상대는 아니었다. 결국 잔뜩 헝클어진 우시지마의 주변에 남은 것은 젖고 찢어진 천조각들이나 정액을 대충 훔쳐낸 휴지조각, 욕정에 푹 절어 늘어진 옷가지 정도였다.
우시지마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다잡을 수 있었다, 겉도 속도 다. 엉망이었음으로.
다음날 또한 현내 대학생들과의 배구 연습경기가 있었다. 혹사당한 팔과 다리가 벌벌 떨려 움직임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 큰 변수였지만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내색할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스파이크를 쳐 넣을 때, 그는 우습게도 힘을 빼라며 제 엉덩이를 내리치던 어떤 누군가를 떠올렸다. 잔뜩 풀린 눈으로 마주보았던 얼굴들은 기억할 수 없었고, 더불어 그 날의 일을 입 밖으로 내어보겠다는 생각도 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을 이상징후의 잔류 미만으로 취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우시지마는 지독하게 이상한 꿈을 꾸었다는 식의 합리화를 한다. 그럴 때마다 여전히 아래를 세우는 그에게 가장 이상한 것은,
여전히 종종 배 안쪽이 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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