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로] 극(極)의 파편

HQ

2016. 9. 19. 08:53

​​* 보쿠토 코타로 X 쿠로오 테츠로
​** 취향타는 소재 - 엠프렉, 임신에 대한 소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포식의 연장점에서 상하는 굳건했다. 발톱을 세워 우위를 점하고 너무도 당연하게 제 피식자를 찍어누르면 곧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이며 울면서도 고개를 아래로 쳐박는 것이다.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오늘따라 난폭함의 끝을 찍은 맹금류는 그 눈빛부터 낮의 그것과 달랐다. 조그마한 반항의 움직임 하나 조차 용납하지 못하고 숨도 쉬지 못하게 몰아붙이면 수컷의 영역표시와도 같은 휘몰아침에 끝까지 잠식된 쿠로오는 진저리쳤다. 낮에는 흐트러진 머리칼을 서툴게 잡아당겨 정리해주던 단단한 손끝은 언제 그랬냐는 듯 검은 머리채를 휘어잡고 으르렁거리며 더 조일 것을 종용했다. 더운숨과, 원색적인 욕망의 덩어리. 토해져 나오는 발끝까지 저릿저릿한 명령에 쿠로오는 오싹하게 돋는 소름을 숨기지 못했다. 동물적인 어떤 것이 작용하기에 가장 가까이서 수컷과 그에 버금가는 암캐가 엉겨 붙는 이 순간 보쿠토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확실한 우위였다.

쿠로오는 늘 마지막 순간에야 견디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참고 참아 꼴깍대며 붉게 부은 입술새로 타액을 질질 흘리는 모습부터 점점 터질 듯 달아오르는 얼굴, 눈가, 귓볼. 처음부터 끝까지 젖어있는 검은 눈동자와 결국 자제를 잃었을 때 가장 밑바닥부터 서서히 무너져 망가지는 얼굴은 이럴 때만은 날 것의 맹수인 보쿠토의 가학심과 정복욕을 부추기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늘 어둡게 가라앉아있는 검은 눈동자에 초점이 나가고 눈매가 풀리며, 벌어진 입과 눈꼬리에서 끝까지 내달림의 절정이 터져나오는 광경을 그의 턱을 으스러지게 쥐고 찬찬히 관전하는 것을 보쿠토는 좋아했다. 제 앞에서만 이성을 잃고 몸부림치는 그 순간을 즐기고, 가학적이기까지 한 상황에 발정하며 무너뜨린다.


포식, 맹금류의 식이법이었다.


오랜만에 점하는 만찬에 보쿠토가 입맛을 다셨다. 제어는 양쪽 모두 서툴었으며, 그는 구태여 자제할 것 없이 땀에 젖은 목덜미가 무엇보다 탐스럽다는 듯 한입을 가득 물어뜯었다.
포식자와의 일방적 구도에서 약자의 애처로움이 통용되는 것은 드물었으나 삐걱이는 침대 매트리스의 스프링 소음과 두사람의 헐떡임 사이로 하지마, 간헐적 외침은 꾸준히도 터져나왔다. 그만, 하지마. 완전히 겁에 질려 기어코 뚝뚝 떨어트리는 눈물의 양이 적지 않다. 어찌나 꾹 물고 버텼는지 발간 입술에 비해 얼굴이 창백했다. 온몸에는 먹잇감에 대한 육식동물의 소유욕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손자국, 잇자국. 늘 이런식의 짓눌리는 섹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꼭꼭 집어삼켜지는 것과 그 느낌이 별반 다르지 않다. 보쿠토는 매번 그가 울다 지쳐 거의 기절할 때까지 몰아가곤 했으나 굶주린 보쿠토 코타로는 그것 보다도 더 위험하다. 온 몸으로 느껴지는 소유욕에 머리가 멍했다. 이를 드러낸 육식동물의 독점욕은 그 크기에 있어서 이미 과잉이었다. 내 거야. 거대하고 가라앉은 그르렁거림에 쿠로오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골반을 꽉 틀어쥔 보쿠토의 손을 더듬어 쥐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약하게 손톱을 세워 긁으며 최대한의 애원을 했다.


하지마,
하지마,
임신하는데,




이미 한참 전부터 수컷의 삐뚤어진 독점욕의 끝을 직감한 쿠로오가 희게 질려 애처롭게 고개를 저었다. 곧 식탐을 닮은 성애와, 다시금 울컥 눈물이 터지는 수치스러움에 쿠로오는 숨이 막혔다. 단단한 이가 어깨에 박혀 깨물린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아랫배 안쪽에 뜨거운 기운이 퍼졌다.





2

여름의 시작은 작년 겨울 시작했던 우리의 사랑보다는 전개가 늦었다.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제 한낮이면 꽤나 더워져, 방과 후 쭉 연습시합을 맞추던 네코마 배구부에게 짧은 휴식이 주어졌다.

"어디 안좋아?"

오늘따라 유난히 창백한 안색이던 쿠로오에게 카이가 물병을 건넸다. 블록 미스도 잦고, 더워서 그래? 수건을 뒤집어 쓴 채 검은 머리칼이 늘어지게 고개를 숙이자 땀에 젖은 목덜미가 그대로 드러났다. 속이 안좋네. 오늘 점심도 걸러서인지 조금 마른 듯한 배를 티셔츠 아래로 문질러 쓸어내린다. 쿠로오는 에너지 드링크가 담긴 물병을 정중히 거절했다. 괜찮아, 괜찮은데, 괜찮을...걸? 유난히 팀원들의 컨디션 미스에 예민한 편인 카이에게 손사래 치는 쿠로오가 멀쩡해 보이지 않는 것도 딱히 무리는 아니었다. 카이 노부유키는 말 없이 물병의 뚜껑을 따 내밀었다.

건조하고 뜨거운 여름냄새가 멎는다. 순간 훅 풍기는 이온음료의 미약한 단내에도 쿠로오는 속이 뒤집히는 어지럼을 느꼈다.

"욱."

아, 왜 이러지? 눈 앞이 새하얗게 흐려졌다. 멋대로 안겨진 불안감이 아가리를 벌렸다.





3

주장이라는 포지션은 늘 탄탄한 기초와도 같았다. 소리 없이 조용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공을 받아내고 견고한 블록을 세운다. 언제나 고요하고도 단단한 기반이 되는 위치에 있었던 쿠로오가 연습을 마저 잇지 않고 보건실 신세를 졌다는 건 아무래도 유난했다. 보쿠토에게 그 소식은 모종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전달이 빠르다. 대충 져지 하나를 걸친 채 귀가하는 쿠로오를 누구보다 빠르게 맞은 건 그런 의미에서 보쿠토 코타로였다.

"쿠로오, 어디 아파?"

쿠로오는 안색이 창백했다. 점심 때 부터 미식거리는 속이 영 별로다. 쿠로오는 부활동을 빠진 것보다 그걸 보쿠토가 알고 있다는 게 더 신경 쓰였지만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괜찮아. 대충 끄덕여주고 지나칠 수는 없겠지. 날이 그리 더운 편이 아닌데도 미열이 있고 어지러웠다. 입 안이 이상하게 바짝바짝 말랐다. 가장 절실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샤워부스와 물이다. 쿠로오는 희멀건한 미소를 지었다. 보쿠토가 깜빡, 혹은 모르는 척 속아 넘어가 주길 바랐다. 그의 옆을 지나치는데 그가 제 팔을 턱 잡았을 때는 제 소박한 바람의 좌절보다 그 손의 온도가 델 것처럼 높은 것에 신경이 쓰였다. 그의 시선이 온몸을 꿰뚫었다. 자정의 부엉이도 이토록 선명하지 않으리라. 잠시 쿠로오를 빤히 바라보던 보쿠토가 그의 팔을 놓는다. 이상한 인과였지만 쿠로오는 너무 지쳐 있었는지 그대로 연인을 지나쳤다.

들어가서 쉬어. 응. 공기가 참을 수 없이 건조한 것에 비해 열기는 화악 얼굴로 끼쳐온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

그의 눈빛에는 악의없이 열의가 가득한 경우가 많았다. 쿠로오는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아 앞을 보며 한 걸음 한 걸음을 꾹꾹 내디뎠다. 그의 탐색하는 듯한 시선이 집요하게 제 그림자 꼬리를 따라붙는다. 그 눈이, 눈동자가. 어떤 모습인지 알 것 같아 쿠로오가 보폭을 조금 크게 했다.

현관문을 열고 그에게 힐끗 시선을 한번 던진 후 문턱을 넘는 순간,
자각하건대 그는 이미 새카맣게 아가리를 벌린 그 안에 있었다.





4

여름의 끝자락이 접히고 있었다. 간만에 찾아 온 덥지 않은 주말이었다. 해가 길지만 바람이 적당히 분다. 그래서 또한 간만에 찾아 온 느릿하고 여유로운 휴일이었을 것이다. 반쯤 열어 둔 창문과 내려 둔 커튼. 바람 한 줄기가 그렇게 와 커튼 자락을 흔들어 놓는다.

심연의 시작은 그 바닥과 다르지 않다.

인적이 잦은 골목길을 바로 마주하고 있음에도 어제 오늘은 유난히 적적했다. 조용히 가라앉아 풋풋하게 이른 가을 냄새마저 나는 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커튼 너머로 저녁해가 붉게 비쳤다. 쿠로오는 차라리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를 바랐기에 붉게 물든 해가 끝내 저물지 않기를 바랐다.

두 눈을 꾹 감는다. 주말 내내 계속 된 미열에 관자놀이가 아주 옅게 울렁거렸다. 호흡이 뜨거운 것도 같고, 몸이 묘하게 무겁다. 집 주변의 편의점으로 나갔다 온 것은 어제─토요일인데, 그 때 걸치고 나갔다 온 얇은 재킷을 아직도 벗지 않았다. 이틀은 제대로 뭔갈 넣어주지 않은 빈 속이 불만스레 위장을 쥐어짠다. 쿠로오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 쿠로오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침대 아래에는 어제 다녀 온 편의점의 로고가 박힌 검은색 비닐봉지가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있었다.

집 바로 앞에 편의점이 하나 있었으나 쿠로오는 일부러 먼 길을 돌아갔다. 가까운 거리에 비례하여 빈도도 잦았던 탓에 그 시간대에 찾는다면 분명 이미 안면을 튼 주인장을 마주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쿠로오에게 여자 형제가 있는지 관심이 있었든 없었든 그런, 물건을 산다면. 없던 관심도 생기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쿠로오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침대 옆 작은 쓰레기통 안에 부러진 막대─그런 물건─가 아무렇게나 쑤셔 박혀 있었다. 작은 칸 안에 선명하게 찍혀 나온 빨간 선 두 줄이 뇌리에 박혀 온갖 생각을 잡아먹으면서도 빠져나가지 않는다. 그 붉은 실은 머릿속을 아무렇게나 헤집으며 엉망진창으로 굴더니 가시화하여 눈 앞에 아른거린다. 쿠로오는 그 줄들이 직직 그어 망쳐놓고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 굴러가는 생각을 겨우 잡아 세워 멈췄다. 그만. 쿠로오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5

하늘이 야속하게도 높고 맑을 때가 많았다. 쿠로오는 오전수업부터 양호실에 틀어박혀 있다가 기어코 조퇴증을 끊었다. 벌써 이주일 째였다. 그는 멀쩡한 듯 평소와 같다가도 한 번씩 문을 걸어잠그고 혼자 웅크릴 때가 많았다. 교문을 통과할 때는 주장이 빠진 부활동을 추스릴 카이 노부유키의 얼굴이 잠깐 스쳤으나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걷기 시작하자 금세 지워진다. 당장 멍하게 제 생각을 하기에도 바쁜데 다음 일 정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바닥에 뒹구는 나뭇잎들은 단풍이라 하기엔 아직 선명하게 녹색이었다. 버석대는데 미미하게 단내까지 나는 것 같았다. 그 냄새를 맡으면서 좁은 길을 죽 따라 집까지 걷는다. 덜 마른 나뭇잎 냄새나, 하얗게 마른 침대의 섬유유연제 냄새, 창에서 비쳐 들어오는 햇빛 냄새. 모두 쿠로오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그는 기분이 전혀 나아지질 않아 이불 위에 웅크렸다.

벨소리가 울린다. 얕은 잠에 빠지기도 전이다. 어느 쪽이든 반갑지는 않았을 터라 쿠로오는 지끈 거리는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몸을 일으켜 현관을 향하는 그 얼마간의 시간 동안 벨소리는 재차 울렸다. 조급하기 그지 없었다─누구세요?


"쿠로오!"


보쿠토였다. 다시 말해, 지금 이 순간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바로 그 사람. 요 몇주간 쿠로오는 어딘가 나사라도 빠진 사람이었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분명 이유를 물으러 온 걸 테지만 그는 제 입술이 결코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 응. 보쿠토." 그는 아무래도 문을 열어야만 했다.
"쿠로오, 정말 어디 안 좋아?"


안 좋다. 좋지 않다. 좋을 수가 없었다. 쿠로오는 목구멍으로 언어를 씹어 삼켰다. 이미 수천번은 생각한 다음이었다. 결론은 늘 같았고 늘 같을 것이다, 괜찮─말 할 수 없다.

무의식적으로 배를 감싸 안았다. 제 손끝을 따라 보쿠토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을 때, 쿠로오는 바닥이 무너졌거나 세상이 거꾸로 뒤집힐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멎는다. 아마도 안색이 파리할 것이다.

세상은 거꾸로 뒤집히지 않았다. 정적을 깬 것은 고작 작은 풍경소리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파랗게 질려버린 쿠로오가 아무래도 많이 안 좋아 보였는지 보쿠토가 현관으로 들어와 문이 닫히는 소리였다. 그의 손바닥이 쿠로오의 이마를 짚었다. 뜨겁다, 어느 쪽이 그러한 지는 몰라도. 열은,


"...없는데."


침묵은 가벼워도 공기는 전혀 가벼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문득 쿠로오는 제가 여전히 배를 감싸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맥박이 펄떡대는 것이 온 몸에서 느껴지는 것 같다. 심장이나 손끝, 발끝, 아랫배 아래의 장기를 뒤흔들면서까지도.

보쿠토는 눈이 둥그렇고 맑아서 늘 시선을 마주하고 있기가 평탄치는 않았다. 한없이 자신을 투과하는 것 같아서,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헤집어 낱낱이 살펴버릴 것 같아서, 혹은 나를 집어 삼켜버릴 것 같아서. 어느 때고 그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서 태연하기란 예상외로 어려웠던 것이다. 보쿠토는 또 그런 눈을 하고 쿠로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에서 뒹굴든 공기가 뜨겁게 오가던 순간에나 늘 짓던 표정과 눈짓으로. 가만히.

쿠로오는 그 눈빛이 곧 자신을 삼켜버릴 것 같아 안도했다. 뭐가 되었든 그가 제 속을 들여다 보는 것은 결코 바라지 못했다.


"너─"


언뜻 입을 열었을 때는 이미 입술이 맞닿아있었다. 현관에서 신발도 벗지 않은 발이 엉켰다. 등 뒤로 벽이 닿는 것을 느꼈고, 보쿠토가 한 팔을 옆으로 뻗어 문을 걸어잠그는 것을 느꼈다. 순식간에 과열된 공기에 한참 전부터 시끄럽게 뛰던 맥박이 기어코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놓는다. 보쿠토, 이가 맞부딪히고 살덩이가 얽히는 와중에 이름을 되삼키며 쿠로오가 열기에 휩쓸렸다. 속수무책이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고개가 뒤로 밀려 한쪽 무릎이 꺾이는 것을 힘겹게 버텨 서야 했다. 정신없이 입술이 겹치는 와중에도 감지 않고 뚫어지게 시선을 꽂는 그의 눈동자가 쿠로오를 못 박았다.





6

결국 눈을 뜨면 옷가지고 뭐고 제대로 챙겼는지에 대한 기억 한조각 없이 침대 혹은 소파에서 난잡하게 뒹굴고 있었다는 상황이 한 두번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어김이 없었다. 납작 엎드린 피식자의 어깨에 이를 세워 사정없이 무는 것이 더이상 보쿠토라기 보다는 또 한 번 고개를 치켜든 날 것의 맹수였다. 쿠로오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바르작대며 쉽게 신음을 참아낼 수 있을 만큼 입술을 앙 물었다. 헉헉대는 숨소리, 날뛰는 짐승과 가련한 떨림에 바스락대는 이불 천조각의 마찰음, 심장소리, 반쯤 열린 창문 밖의 바람소리,

보쿠토가 쿠로오의 아랫배를 감쌌다. 꽉 쥘 수 있도록 침대 시트를 당기던 쿠로오의 어깨가 순간 굳는다. 뒷목 위로 만족스러운 한숨이 스쳐지났다. 그의 단단한 손끝이 뱃가죽 위를 더듬는다. 마구잡이로 뒤엉키던 소음이 또한 멎는다. 스치는 생각이 설마,를 외쳤다. 등을 둥글게 말았다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온몸에 번진 불길과 같은 온기가 뚝 추락하고 땀이 차게 식는다. 너,


쉿.


그는 옅게 웃음을 지으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더없는 만족스러움을 품은 입꼬리와 날카롭게 살아있는 눈빛은 이미 완전히 본능을 따르고 있었다.



보쿠토는 쿠로오를 순식간에 옭아매고는 꽉 끌어안았다. 끝끝내 제게 소속되어 버린 완전한 소유물을 확인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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